한국사 > 일제 > 안무의 무덤과 선양활동

연길시내 북산가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명숙씨(79)는 안무 장군의 외조카다. 안장군이 숨진 이듬해에 태어난 최씨는 연변 지역에서 안무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인척이다.

안무는 3남1녀를 두었다. 최씨는 “안장군의 장남 제일은 해방 이후 북한으로 넘어갔고, 둘째 제웅은 1940년쯤 두만강에서 고기 잡다 물에 빠져 숨졌으며, 셋째 제봉은 화룡의 금광에서 일하다 도둑에게 총맞아 외팔이로 불우하게 살았다”고 가족관계를 전했다. 외동딸 취란은 연변 돈화시에서 살았는데 치매를 앓다가 94년 죽었다고 했다. 현재 서울에는 제웅의 딸 경원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립운동 후손들은 ‘가족들을 제대로 살 수 없게 한 독립전쟁이 일본 제국주의보다 더 나쁘다’고들 자조 섞인 말을 하는데, 안장군 가족을 보면 딱 그래요. 외삼촌은 독립운동하며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사실 식구들을 다 잡아먹은 셈이지요.”

“안장군의 행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가짜 묘를 놓고 안무장군의 묘소라 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모두 후손들이 번듯하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최씨는 “그래도 안무 장군의 묘소는 샘물골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안무 장군이야말로 용정 사람들에게는 신화적 인물이었다고 했다. “용정 모아산에서 안무 장군이 피습당했을 때 죽음을 애도하는 소리로 용정 서전들판이 이틀간 들끓었다는 얘기를 왕청중학교 교장선생님에게 들었어요. 안무 장군이 용정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사망하자 일본 경찰은 용정의 3·13 시위처럼 폭동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했다고 해요. 일제의 감시로 하는 수 없이 가족들은 조촐하게 친척들끼리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최씨는 아버지 최기수씨도 ‘국민회군’에 가입해 안무 밑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안수익)의 지시로 국민회군에 참여, 안무를 형님이라 부르며 군 자금을 모아 지원하는 역할을 했는데 사람들은 독립군 머슴 정도로 생각한다”며 “유공자 혜택도 못 받는 등 아무런 빛을 못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최씨는 안무의 사진, 공적기록 등을 모아두는 등 안무 장군의 선양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2년 전에는 돈화시에 사는 안무의 외손자들과 힘을 모아 샘물골 묘지에 안무 묘소임을 알리는 작은 비석을 세웠다. 최씨는 “용정 사람들에게 그토록 신망을 받았던 안무 장군이 일본군에 의해 비명에 가지 않았으면 김좌진보다 더 유명한 독립운동가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무 장군의 항일 업적 뒤에는 외할아버지(안수익), 아버지, 어머니(안무장군 여동생 안금순)와 같은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우리 가족뿐 아니라 국민회군에서 활동했던 독립군들이 재평가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길(중국)|조운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