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해 문고서···임정 일제고발문서 발굴

[경향신문 2005-05-17 15:03]

일본의 조선침략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상해 임시정부가 국제연맹에 제출한 문건이 발견됐다. 이 자료는 서영해 문고에서 발견된 것으로 서영해가 임시정부로부터 받아 프랑스어로 번역, 국제연맹에 제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연맹제출 조일관계사료집(國際聯盟提出 朝日關係史料集)’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모두 4부로 제1부는 고대부터 병자수호조약에 이르는 한·일관계, 제2부는 병자수호조약에서 한일합병까지, 3부는 한일합병에서 1919년 2월까지 일본의 탄압 실태, 제4부는 3·1독립운동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실태를 종합 정리한 문건이다. 춘원 이광수가 쓴 서문에는 “3월1일 한국의 독립 선언은 세계가 망각했던 2천만 한국인을 기억하는 계기가 돼 한국에 대한 보도와 평론이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일본측의 과장적 선전”이라며 “한국인의 입으로 한국의 사정을 세계에 호소하려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광수는 이 문건을 국제연맹에 제출할 용도임을 밝혔다. 여러 사람이 나눠 일일이 등사지에 필경한 이 문건은 한국이 삼국시대부터 일본과 다른 역사를 가졌고 오히려 임진왜란 등으로 원한관계까지 있음을 설명해 일제가 주장한 한국이 원해 합병을 했다는 주장을 역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특히 제3부에서는 행정·교육·경제·사법 등 각 분야에서 일제의 한민족 차별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제4부는 일본 군인의 부녀에 대한 만행을 고발하면서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을 기록하고 있다. 또 이런 적개심을 바탕으로 이뤄진 독립운동을 일람표까지 만들어 밝히고 있다. 부록에는 3·1독립선언서를 비롯한 각종 독립운동 선언서가 첨부돼 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회지(之)선언서’와 유림 대표의 ‘유교도 상파(上巴)여(黎) 평화회서’ ‘중국 광동성 국민회의 한국독립 청원서’ ‘대한민국 독립대회진술서’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관련 1차 문서가 포함돼 독립운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자료를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은 상해 임정 국무총리대리 내무총장 안창호이고 고대부터 합병까지 한·일관계 사료를 수집한 사람은 김두봉(金枓奉), 독립운동 사료를 수집한 사람은 33인 중의 한 분인 김병조(金秉祚)씨와 이원익(李元益) 목사라고 밝히고 있다. 〈원희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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