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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7-20 15:32:316139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출신의 농학자 유자명 선생
양승국


한국 아나키즘 운동에서 유자명(柳子明:1894∼1985)은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충북충주 태생으로 3·1운동 직후 중국 상하이로 건너간 유자명은 신채호·이회영 등과 교유하며 아나키즘과 사회주의 사상을 접한다. 특히 아나키즘 이론에 밝아 신채호가 ‘조선혁명선언’을 작성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20년대에는 김원봉이 이끄는 의열단에 가입, 나석주 의거 등 항일투쟁을 지도했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자명의 또 다른 모습은 농학자이다. 3·1운동 이전 수원농림학교를 졸업하고 충주간이농업학교 교사를 역임했던 그는 40년대 이후 농업기술 연구에 몰두, 저명한 농학자가 되었다. 1995년 중국인 안치(安奇)가 쓴전기 ‘훈장을 단 원예학자-유자명전’(중국농업출판사)은 중국에서의 그의 명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독립운동가 유자명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그의 고향 충북 충주에서 마련된다. 한국 근현대사학회와 충주문화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중국 대륙에 남긴유자명의 자취’(22일, 충주 후렌드리호텔)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농학자·교육자로서의 유자명의 행적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는 유자명이 활동했던 중국 현지의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자로 참여, 대륙에서의 활동상을 생생히 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셰준메이(謝俊美) 상하이 화동사범대 교수는 미리 제출한 ‘유자명과 상하이 입달학원’이라는 논문에서 유자명이 1930년부터 5년간 입달학원 교수로 초빙되어 농학연구와 교육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교내에 양계장·양봉장·화훼묘목장 등 각종 시험장을 개설, 교육과 실천을 합일시켰다. 또 순수한 농촌 소학교를 창립해 농민 자녀들을 입학시켰으며 농민야학을 개설해 작물재배 기술 등을 지도했다.


후난성 상탄(湘潭)대의 궈한민(郭漢民) 교수는 ‘유자명과 후난농학원’이라는 글을 통해 1950년부터 30여 년간 후난농학원 교수 시절의 유자명의 생애를 추적했다. 궈한민 교수는 후난성 당안관에 소장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유자명이 후난농학원에서 농학사, 원림화훼, 채소재배, 벼의 기원 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소개했다.


유자명은 한나라 묘지인 마왕퇴에서 출토된 씨앗과 종자 분석에 참여, 볍씨의 품종과 형태 등을 판별해 냈다. 또 운난성과 구이저우성 등 고원지대에서 발견된 야생벼와 신석기 시대 출토 유물을 통해 중국에서 6,000년 전에 이미 벼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유자명의 벼 재배기원설은 오늘날에도 중국학계의 유력한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자명과 중국 작가 바진(巴金:1904~)의 교우관계를 분석한 김양수 동국대 교수는 ‘유자명과 바진’이라는 글에서 1930년께 유자명이 바진을 만난 이후 평생 동안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적 관계를 맺어갔다고 밝혔다. 유자명의 행적은 바진의 작품에도 반영됐으며 단편 ‘머리카락 이야기’는 유자명의 백발이 실제 모델이라고 김교수는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밖에 류다커(劉大可) 푸젠성 당학교 교수가 ‘유자명 선생의 푸젠에서의 활동’을 발표하고 이문창 국민문화연구소 명예회장과 허문회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아나키즘의 충청도 인맥과 유자명’과 ‘선배농학자 유자명 선생’을 주제로 강연한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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