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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정세현 "통일, 너무 쉽게 말해…쉬운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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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정세현 "통일, 너무 쉽게 말해…쉬운 일 아냐"


"경제공동체→사회·문화공동체→정치공동체 통해 통일"

광복 70년의 과제 '남북관계 복원·전단문제 해결·종북몰이 근절'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김태헌 인턴기자 = "나는 해방둥이 아닌 분단둥이…통일 결코 하루 아침에 되는 쉬운 일 아냐."


전세계 유일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통일' 문제의 권위자중 한 명으로 꼽히는 대표적 '해방둥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광복 70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나는 해방둥이가 아닌 분단둥이"라며 "광복 70년이라는 말이 동시에 분단 70년을 의미하기에, 이 오랜 세월 동안 분단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긴 시간 이어진 인터뷰 내내 '통일 권위자'라는 말에 손사레를 쳤다. 그는 "단지 나는 통일과 남북관계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일 뿐"이라며 "한 평생 동안 통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은 '운명'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통일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소 강한 어조로 의사를 밝혔다. 또 오랜 세월 그린 통일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는 "경제 공동체를 통해 사회·문화 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정치 공동체를 만들어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통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일 뿐…이것은 운명"


중국 헤이룽장(흑룡강) 성 출신인 정 전 장관은 세상의 빛을 본 지 100일만에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만주와 북한을 넘는 40여일만의 여정 끝에 전북 전주에 도착했다며 어린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어린 시절 지나왔던 북한지역, 이런 것들이 마치 머릿속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찍혔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어쩌다보니 통일 문제를 전문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977년 공직을 시작한 이래 실무부터 장관까지 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전담한 그는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과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통일분야 전문가인 그는 자신이 걷고 있는 '통일의 길'을 거듭 운명이라고 강조하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이 길(통일)을 걷고 있더라. 이런 걸 보고 운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어찌보면 최연소로 북한지역을 통과한 '월남 아기'로서, 7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분단이 끝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불어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독일과 베트남도 통일을 이룬 상황에 우리는 분단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은 고사하고 남북관계 전망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분단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우리 민족이 통일 지향성보다 '분열·분단 지향성'을 더 강하게 지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이같은 상황이 아쉽고 속상할 뿐"이라고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말을 잇지 못하던 정 전 장관은 이내 자신의 애창곡 중 하나인 '38선의 봄'이라는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38선의 봄이라는 노래 중 '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라는 구절이 있다"며 "이는 실향민이 고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기 노래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분단이 된 지 시간은 너무나 많이 흘렀고, 남북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북한 출신이 아님에도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목이 멘다"며 "남북 관계를 하루 빨리 개선해 모두가 북한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경제공동체→사회·문화공동체→정치공동체 통해 통일"


정 전 장관은 통일에 대한 로드맵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그는 "197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이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남한은 북한의 37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잘 살게 됐다"며 "이처럼 현격한 경제력 차이는 통일에서만큼은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력 차이는 결국 사회·문화적 차이를 야기하기 때문"이라며 "쉽게 설명해 경제적 수준에 따라 입고, 노는 수준이 달라지고 이에 더해 같은 동포로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쪽에서 좀 더 나은 쪽에 대해 우호적인 심리를 갖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쪽이 어려운 쪽을 도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서로 비슷한 경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독일의 통일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통일을 위해 서독이 막대한 돈을 동독에게 지원했지만 이에 어떤 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며 "결국 독일은 이같은 정책으로 통일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경제협력 방식으로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남한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퍼주기' 식으로 남한이 북한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북한에 외국 투자가 들어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정 장관은 이같은 노력의 대표적 사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꼽았다. 그는 "개성공단은 과거 남한이 잘 살 수 있었던 방식을 북한에게 알려주기 위한 일종의 '학습장'"이라며 "과거 우리 역시 마산에 일본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이곳을 통해 외화벌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북의 동쪽에는 관광, 서쪽에는 수출 등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과거 개성공단에서 서해공단, 해주, 남포,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서쪽 벨트'를 만들고자 했었는데, 이같은 것들이 기반이 돼 북한 경제가 발전해야 남과 북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결코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통해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경제협력관계가 돈독해지면 사회문화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사회문화공동체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정치 공동체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공동체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통일은 바로 되지 않지만, 정치 협력을 제도화 하고 이를 통해 국가연합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통일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최근 이같은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종북', '퍼주기' 등의 논란으로 몰아가는데 바로 이런 점이 '민족 분열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통일,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은 문제…통일 쉬운 문제 아냐"


그는 통일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하면서도 '통일은 절대 당장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중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 마치 통일이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바로 통일"이라며 "'통일 언제 돼?'라는 질문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데, 이는 본인들은 가만히 있으면 통일이 그냥 온다고 생각하는 시각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은 상대방이 있는 문제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이뤄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남북 문제를 현실에 놓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 완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통일 대박론'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결과적으로 '통일 대박'이 가능한 것"이라며 "그런데 '통일 대박'은 마치 통일이 임박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또 "현 정부 등이 흡수통일론을 전제로 통일에 대해 언급하기 때문에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걷어차 버린 것"이라며 "70년의 세월 동안 북한 역시 나름대로의 질서와 체계 등을 갖고 있기에 이를 존중하며 통일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시금 "남북 간 경제수준과 사회문화수준이 비슷해질 정도의 길을 열어주는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며 "지금의 대북 정책은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는데 봄 이야기만을 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종북은 존재하지 않아…정부 노력으로 남북관계 개선 가능"


그는 최근들어 심화된 '종복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시절까지 남북간의 미미한 대화 탓에 통일 문제는 그저 '담론'에 머물러 있었다"며 "그러나 김대중 정부들어서면서부터 통일은 '현실세계'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부터 분단 이후 상황을 기반으로 구축해 온 기득권들이 남북화해협력이나 대북지원 등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이에 반발하게 된 것"이라며 "통일을 방해하는 원심력은 우리 밖에도 있으나 내부에도 역시 존재하는데, 내부에 존재하는 통일 원심력과 구심력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바로 '남남갈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남갈등이 심화되던 이명박 시절부터 '종북 딱지'가 등장했다"며 "그러나 사실상 '종북'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한의 37분에 1에 달하는 경제력을 지니고 더불어 국제사회로부터도 무시·외면당하는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종북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화해협력'을 말하는 이들을 '종북'이라는 테두리 안에 몰아 넣어 성격 규정을 해버렸다"며 "6.25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을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여진 이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종북 논란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정 정 장관은 이같은 남남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의 의지를 꼽았다. 정 전 장관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정부 중심성이 강하다"며 "대통령을 스스로 뽑았으니, 그의 철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대북정책은 정부하기 나름"이라며 "광복절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획기적인 대안을 가지고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시도가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여론 개선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복 70년의 과제 '남북관계 복원·전단문제 해결·종북몰이 근절'


정 전 장관은 광복 70년을 맞고 이를 보내면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북관계 복원'과 '대북 전단 살포 문제 해결', '종북몰이 근절' 등을 꼽았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현 정부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양쪽이 노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면 그 결과로 북핵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국제적인 제재나 압박을 통해 북한문제에 접근할 경우 100년이 지나도 통일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대북 전단 살포 문제 해결' 등을 언급하며 "북한 입장에서 스스로가 최고 존엄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모욕하는 전단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의 자유 때문에 전단 살포를 통제할 수 없다는 논리가 있지만 국가가 국민의 자유만큼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안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하면 남북간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광복 70년 과제 중의 하나로 '종북몰이 해결'을 꼽으며 "아무리 좋은 대북 정책이 있더라도 '종북 논란'처럼 내부 갈등이 있으면 이를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분열을 내버려두는 순간 목소리가 큰 소수가 득세하게 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g9079@

뉴스1코리아(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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