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의 4남3녀 자손 중 현재 남한 내에 직계자손은 없다. 북한의 직계혈육도 몽양의 셋째딸 여원구 현 북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의장(74)이 유일한 생존자다. 남한에서는 몽양의 둘째동생 여운홍의 손자인 여인호씨(36)가 몽양선생추모사업회 기획실장으로 몽양의 복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01년 아버지 여영구씨(79)가 병석에 눕자 아들인 그가 생업마저 뒤로한 채 사업회 활동에 뛰어든 것. 추모사업에 매달린 지 만 4년 만에 마침내 큰할아버지의 명예회복을 눈앞에 둔 인호씨는 흥분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가문의 오랜 숙원이던 몽양의 독립유공자 추서가 전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평생 지고 왔던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반겼다.
인호씨는 3년 전 남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초청으로 남한을 방문했던 여원구 중앙위 의장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원구 고모는 남한에서 큰할아버지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셨어요. 이제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1947년 7월 여운형이 암살당하기 전까지 직계자손 4남3녀 중 2남3녀 등 가족들은 우익단체의 테러 등 생존의 위협을 피해 50년까지 차례로 월북했다. 사망 직전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까지 올랐던 연구씨를 비롯해 여운형의 직계손들은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냈다.
인호씨의 가족은 여타 좌파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달리 이념의 굴레에 묶여 숨죽여 살아오진 않았지만 공무원 등 공직에서 일할 생각은 애초부터 접어뒀다.
대신 여씨는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그는 올해 큰할아버지가 서훈을 받으면 양평 묘꼴 생가부터 복원할 예정이다. 몽양기념관 건립과 그의 생애를 담은 전기를 출간할 계획이다.
〈심희정기자〉
2. 의미있는 여운형의 서훈 추서
국가보훈처가 대표적인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인 몽양 여운형 선생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한다. 몽양 외에도 상당수 좌익 계열 인사들에 대해 서훈 추천이 결정돼 3ㆍ1절 서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몽양에 대한 서훈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좌우합작을 주도한 중도좌파였다. 폭력노선을 고집한 박헌영과는 달랐다. 그런 그에게 과격 공산주의자라는 굴레가 씌워졌고, 그래서 역사에서 외면당했다.
이번 조치는 좌파 독립운동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립운동에 바친 선열들의 희생과 투쟁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왔다.
정부가 서훈한 독립유공자는 1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다분히 해방과 정부수립 전후, 한국전쟁 기간의 좌우 대립과 무관치 않다. 남북분단으로 상징된 냉전의 그림자가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제시대 당시의 상황에서 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의 하나였다. 러시아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한 것은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 등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 후 좌파는 독립운동 평가에서 제외됐다.
몽양 재평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중도좌파의 사상을 수용할 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좌우 이념대립으로 반쪽에 머물렀던 독립운동사를 온전히 다시 쓰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립운동 유공자에 대한 평가의 범위를 더욱 넓히는 등 독립운동 평가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념논쟁이 불거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균형된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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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0 16: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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