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집단학살 현장 및 암매장지의 흔적

1. 집단학살의 흔적

▣ 율촌지서 여순사건이 진압되고 경찰에 의해 가담자 색출이 시작되면서 수도경찰 박승구의 주도하에 율촌 지역의 좌익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색출해 나갔다.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면소재지 인근마을 사람 중 적극 가담자로 분류된 자 2∼3명을 율촌지서 뒷편의 논에다 두고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도경찰 박승구가 일본도로 목을 쳐서 살해하였다고 전한다.

▣ 율촌면 신산리 취적마을 앞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후 정치인 여운형과 함께 활동하다 잠시 고향에 내려와 있던 조화리의 서정일(당시 49세)씨도 적극 가담자로 지목되어 신선리 취적마을 앞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도경찰 박승구에 의해서 일본도로 살해되었다.

▣ 율촌면 광암리 율촌면의 인민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광암리 출신의 채상영도 광암리 마을 앞 논바닥에 주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박승구에 의해서 살해되었다.

▣ 화치부락 당시 삼일면 화치부락에서는 경찰이 좌익으로 알려진 주복선을 붙잡기 위해 민간인 의용대까지 조직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주복선이 잡히질 않자 주복선의 어머니와 임신한 부인, 주복선의 자녀 등 일가족 8명을 마을 주민이 보는 앞에서 총살하였다. 주복선은 사건 이후 마을에 나타나 마을 구장의 집에 폭발물을 설치하여 구장을 살해하였고 6.25가 터지자 인민군과 함께 행동하면서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보복극을 펼쳤다. 덕양금융조합창고 가담자 색출을 하던 경찰은 소라면의 각 지역에서 색출된 사람들을 조합 창고에 가두었다가 이중 2∼3명을 조합 창고 뒤에서 총살하였다.

▣ 쌍봉지서 당시 쌍봉면의 가담자로 색출된 사람들도 지서에 갇혀 있다가 이중 몇 사람이 지서 뒷편의 묘지에서 총살되었다.

▣ 오림동 야산 1948년 10월25일(월) 여수 시내를 진압하기 위해 산을 넘어서 안오만이(오림동 안쪽마을을 이름)에 들어온 군인들은 안오만이 주민을 모아놓고 만세를 불러보라고 하자 행색이 초라하고 군복에 계급장도 없어서 반란군이라는 판단아래 "인민공화국만세"를 불렀다 한다. 이 때문에 마을 청년 10여명을 마을 앞 야산(현 진남경기장 테니스장 뒷산)으로 끌고 가 총살을 하였다.

▣ 서국민학교 교정 1948년 10월27일 여수가 진압군에 의해서 완전 진압되자 서국민학교 인근의 주민들 모두를 학교로 모이게 한 후 반란군에 협조한 부역자를 색출하였다. 지까다비(하얀 농구화)를 신은 자, 군용 팬티를 입은 자, 손에 기름기가 묻어있는 자(총기용 기름이 묻은 것이라고 판단)는 부역자 또는 반란 가담자로 분류되었고, 군이나 경찰에 협조하는 인사들이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자(일명 손가락 총이라 불리움)를 분류하고 이들 중 적극가담자로 분류된 자들은 교정 뒤로 끌고 가 즉결 총살하였다.

▣ 종산국민학교 교정 여순사건당시 가장 많은 학살이 일어난 곳으로 1948년 10월 말에서 12월 초순까지 여수권역 전체에서 색출된 반란군과 부역자를 이 학교 교실에 10여 명씩 그룹을 지어 포승줄로 묶은 후 수용하였다. 수용 후 약 2개월에 걸친 부역자 심사가 진행되었는데 당시 진압군의 책임자였던 5연대장 김종원 대위는 초법적인 살인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교정의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일본도로 목을 쳐서 죽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죽은 자들은 교정에 임시로 땅을 파고 묻었는데 이곳에 묻은 사체를 후에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기록이나 증언이 없다. 둔덕이나 호명동 야산에서 학살된 사람들도 이곳 종산국민학교에서 수용된 사람들 중 적극적으로 부역한 사람으로 분류된 자들로 주로 밤시간에 트럭으로 싣고 가서 처형되었다.

▣ 화양지서 사건 후 화양면에 들어온 진압군인들은 당시 화양면 나진에서 열린 인민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적극 가담자로 지목하고 이들을 색출한 뒤 적극 가담자 2 ∼3명을 나진에 있는 화양지서 뒷곁에서 총살하였다.

▣ 군내리 선착장 당시 돌산지역은 진압군으로 김종원 대위의 5연대 병력이 선박을 이용하여 각 마을의 부역자를 색출하고 이들을 면소재지인 군내리에 압송한 후 여수로 이송하기 전에 이들 중 1∼2명을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착장에서 총살하여 바다에 빠쳤다.

▣ 남면 우학리 반란 후 남면에 근거를 둔 14연대 출신 군인 10여명이 섬으로 들어와 당시 남면 일대에 근무하던 경찰 5명을 우학리의 김학봉씨 묘 밑에 모아놓고 총살하였다. 안도 선창 남면지역에도 진압군으로 들어온 김종원이 악명을 떨쳤는데 이곳에서도 재판이나 정확한 사실확인 없이 군인경찰에 협조하는 인사들의 무고로 인해 이 작은 섬에서도 12명이나 선창에 모아놓고 총살하였다. 총살당하는 사람중에는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죽어간 사람도 있었다.

▣ 거문도 변촌과 거문리의 신사터 '갓지미'라고 불리는 변촌마을에선 거문도에서 좌익으로 알려진 김재량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에서 김재량이 밤에 숨어들어 음식을 먹고 간 일이 발각되었다. 이로 인해 김재량의 장인과 장모를 해안으로 끌고 가 총살하였다. 이후 6.25가 일어나자 삼산면에 있던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집합시키고 이들을 신사터에 모아놓고 총살하였다.

2. 학살 후의 암매장지 흔적

▣ 호명동 야산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었던 부역자나 적극 가담자를 야음을 틈타 인적이 없고 후미진 호명동 야산 일대에 끌고 가 며칠에 걸쳐 학살을 하였다. 사건 후에 이 일대를 지나는 사람은 시체 썪는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짐작이 된다. 90년대초 이 일대의 도로공사중에 많은 수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1998년과 1999년 2회에 걸친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의 '여순사건 암매장지 유골발굴'에서도 5구이상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며 한구의 두개골에선 총으로 사살된 것을 증명하는 실탄구멍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가까운 둔덕동 용수부락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지나간 트럭과 실려간 사람들을 보았을 때 호명동 야산에서만 100여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봉계동 장개골과 큰골 호명동 야산과 함께 많은 수의 인명을 학살한 곳으로 한 골짜기에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암매장하기가 어려워 이곳저곳 분산하여 학살하고 암매장 한 곳으로 보인다. 1999년 '여순사건 암매장지 유골발굴'에서 이 일대에서 3구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하였는데 사건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많은 시신들이 돌무덤에 덮여 가까이에서 보면 사체의 손이나 발이 삐져나온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골발굴에서 7∼8기에 이르는 이들 돌무덤들은 공기가 쉽게 드나들어 모두 풍화되어 버리고 아무런 유품도 발견되지 않아 발굴단 모두를 허탈감에 빠지게 하였다. 발견된 유골들의 상태도 이를 뒷받침하였는데 한 장소에서 발견된 유골은 정강이뼈 일부를 제외하곤 아무런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한구의 유골은 두개골과 정강이뼈가 발견되었는데 두개골이 엎어져 있어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었다.

▣ 민드래미 골짜기 북쪽과 남쪽 호명동이나 봉계동 골짜기처럼 분산하여 처형되고 암매장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드래미 남쪽 골짜기에서 많은 사람이 처형되어 증언자가 많은데 처형자들과 같이 집단으로 총살되었다가 급소를 맞지 않고 살아나서 인근 시전마을에서 숨어있다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었다.

▣ 만성리 굴앞 많은 수의 인명을 처음으로 집단학살 한 곳으로 1948년 11월 초순경 종산국민학교 수용자중 적극가담자 125명을 분류하여 총살한 후 장작더미 위에 5명씩 묶어서 놓은 후 그 위에 또 장작더미를 놓아가며 5층으로 5묶음을 만들어 놓고 벙커-C유를 부은 후에 불을 질러서 화장을 하였다. 이 불씨는 약 3일간 꺼지질 않았으며 매쾌한 냄새는 몇 개월이 지난 후까지 계속되었다 한다.

▣ 구봉산 골짜기 여수가 진압되고 부역자 색출작업이 한창이던 1948년 11월 초순에 남산동 국동 일대의 적극 가담자중 8명을 구봉산의 현 구봉초등학교 옆 골짜기에서 집단 학살한 후 암매장 한 곳이다. 이들 희생자들은 많은 주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끌려갔었는데 이들의 등에는 자신이 처형된 후 불태워질 장작을 짊어지게 하였다고 한다. 만성리와 같이 이들도 총살된 후 장작더미에 포개놓고 불태워졌다.

3. 수장(水葬)지 흔적

▣ 애기섬 여순사건이 종료되자 정부는 전국적으로 좌익 성향자들을 '국민보도연맹(이하 보도연맹)'에 가입시키고 이들을 관리하였는데 여수지방의 '보도연맹'원들은 거의가 여순사건 관련자들이었다. 사건 후 2년이 지나지 않아 6.25가 터지자, 정부는 전국에 걸쳐 이들 '보도연맹' 가입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집합시키고 이들을 처형하였는데 율촌, 소라, 삼일, 쌍봉과 여수의 내륙지방은 여수경찰서 무덕관에 집결시킨 후에 경남 남해도 남단에 있는 애기섬으로 끌고 간 후 총살하고 수장하였는데 당시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약 120명 이내로 추정된다.

▣ 가막섬 화양면과 화정면의 '보도연맹'원들은 경찰의 집결 명령을 받고 배를 타고 여수로 오는 도중에 가막만 한 복판에 있는 가막섬 부근에서 수장되었다.

▣ 삼부도 검등여 거문도에서는 처음 집결된 '보도연맹'원은 신사 터에서 총살하였고 뒤에 붙잡힌 김재량씨등을 소삼부도의 검등여에서 총살한 후 수장하였다. ( * '여'는 바다에 있는 암초)

▣ 완도군 장도의 흰여 초도와 그 인근 도서에서 집결된 '보도연맹'원들은 장도의 '흰여'에서 총살되고 수장하였는데 갈매기와 가마우지 등의 분비물이 쌓여 하얗게 보이는 흰여가 피로 물들어 '붉은 여'가 되었다고 한다.

▣ 남면 신갱이도 남면 지방의 '보도연맹'원들은 대유와 소유 등에서 붙들려 여수에 압송되어 애기섬에서 수장되었고 후에 영암경찰이 들어온 후 붙들린 사람 7명이 안도와 연도사이의 신갱이도에 끌려가 사살 후 수장되었는데 이들 중 헤엄을 쳐서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도 있었다.

http://www.yosuicc.or.kr/yosun/haksal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