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겸(于謙 : 1390-1457)

백척간두의 명나라를 구하고 오히려 역적의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던 명초기의 대신으로 관직이 소보(少保)에 이르러 사람들이 그를 우소보(于少保)로 칭했다. 자는 정익(廷益)이고 호는 절암(節庵)이며 지금의 절강성 항주(杭州), 전당(錢塘) 출신이다.

영락19년(1421)년 진사에 일등으로 급제하여 관직에 나갔다. 선덕(宣德) 원년(1426)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가 낙안주(樂安州)에서 기병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선종(宣宗) 주첨기(朱瞻基)의 친정(親征)에 종군했다. 어사(御史)에 제수되고 그리고 얼마 후에 병부시랑으로 승차되었다.

정통(正統) 14년(1449년) 가을, 타타르부족을 물리치고 몽고부족을 통일한 오이라트의 대칸 에센(瓦剌也先, Oilat Yesen)이 명나라 변경을 대거 침입해 왔다. 이에 명나라 황제 영종은 당시 실권을 잡고 있었던 환관 왕진(王振)의 강권으로 친정에 나서게 되었으나 토목보의 싸움에서 명군은 전멸당하고 영종 자신은 오이라트의 포로로 잡혀가는 대란이 일어나 명나라 수도 북경은 함락직전에 처하고 명조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처지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경의 명나라 대신들은 황제의 동생 주기옥(朱祁鈺)을 감국(監國)으로 세우고 우겸을 병부상서로 발탁하여 북경 방어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당시 북경의 명나라 조정 대부분의 황족들과 관리들 은 막강한 몽고군에 저항할 마음을 갖고 있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공격을 피해 남쪽으로 천도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우겸은 분연히 몸을 일으켜 명나라 조정의 투항세력들과 논쟁을 벌려 ‘ 사직은 중하고 군주는 가볍다.’라는 명분으로 북경을 사수하여 계속해서 몽고군과 대적하겠다는 생각을 관철시켰다. 그와 동시에 주기옥을 황제로 등극시켰다. 주기옥이 경제(景帝)다.

이윽고 에센이 영종을 앞세우고 북경수비의 중요한 요새인 자형관(紫荊關)을 돌파하여 북경성을 위협했다. 우겸은 여러 장수들을 9대문 앞으로 나아가 진열을 정비하여 몽고군과 대진토록 하고 자신은 성 앞을 순시하며 독전하여 에센의 동생 발라(孛羅)와 평장묘나해(平章卯那孩)을 전사시켜 명군의 사기를 드높였다.

다음은 우겸이 지은 그의 나라에 대한 굳은 신념을 표현한 석회음이라는 시다.

《石灰吟(석회음)》

千錘萬鑿出深山(천추만착출심산)

천 번을 내려치고 만 번을 뚫어 심산에서 캐낸 석회

烈火焚燒若等閑(열화분소약등한)

뜨거운 불로 태워도 대수롭지 않게 견디며

粉身碎骨渾不怕(분신쇄골혼불파)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져도 두려움 전혀 없어라!

要留淸白在人間(요류청백재인간)

이 세상에 청아하고 순결한 사람으로 남기만을 바랄 뿐이라!

우겸의 지휘하는 명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북경공략에 실패한 에센은 경태원년 (1450), 명나라에 강화를 청하며 아무런 조건 없이 영종을 귀환시켰다. 그해 8월 명나라는 영종을 맞이하여 태상황이라는 이름으로 남궁에 안치했다. 그리고 명나라 세력이 쇠약해진 틈을 타서 일어난 강남과 서북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세력들을 모두 우겸이 출정하여 진압했다. 우겸은 복건(福建)과 절강(浙江) 지방에서 봉기한 엽종유(葉宗留)와 등무칠(鄧茂七), 광동(廣東)의 황숙양(黃肅養), 호광(湖廣), 광서(廣西), 귀주(貴州) 등의 소수민족의 봉기를 모두 진압했다.

경태(景泰) 8년 장군 석형(石亨), 환관 조길상(曹吉祥) 등이 경제가 병으로 신병 치료차 남쪽 교외에 머물고 있는 기회를 이용하여 군사를 일으켜 영종을 옹립하여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 영종을 복위시킨 석형과 조길상은 우겸이 조정의 의견을 무시하고 태자를 독단으로 세웠다고 모함하여 감찰직인 과도관(科道官)을 교사하여 탄핵하도록 했다.

심문을 맡은 도어사(都御史) 소유정(蕭維禎)은 우겸을 모반죄에 연좌시켜 사형을 판결했다. 북경 방어에 공이 있었음을 익히 알고 있었던 영종은 차마 사형집행에 대해 허가를 하지 않고 주저하자 서유정(徐有禎)이 “ 우겸 등을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언로를 바로 세울 수 있겠습니까? ”라는 상주문을 올렸다. 그래서 결국 우겸은 반역죄를 저지르려고 했다는 죄명으로 처형되고 말았다. 그 아들 우면(于冕)은 군졸로 끌려가 산서성의 용문(龍門)의 수자리로, 그의 처 장씨는 산해관의 수자리로 보내졌다.

명사(明史) 우겸전(于謙傳)에 전하기를 ‘ 그가 죽을 때 흙비가 사방에서 몰아쳐와 천하가 원통해 했다. 그의 가산을 몰수 했으나 돈 나가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금의위(錦衣衛)의 관리가 우겸의 집에서 큰 자물쇠로 단단히 채운 곳간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단지 황제가 하사한 예복과 검과 무기들뿐이라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라고 했다.

성화(成化 : 명 헌종의 연호로 1465-1487 ) 연간에 그 아들 우면이 황제에게 상소를 올려 자기의 부친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헌종이 직접 우면의 상소 내용을 심리하여 그의 관직과 우겸의 혐의를 풀어주고 우겸의 제사를 모시도록 재물을 하사하여 항주 삼태산(三台山) 중턱에 장례를 치르게 했다. 신종 때 충숙공(忠肅公)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우충숙집(于忠肅集)>이라는 문집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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