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위서 권30 동이전 -서문

書稱「東漸于海, 西被于流沙」.

서(書)에서 말하길, "동쪽은 바다와 닿아 있고, 서쪽은 유사(流沙)에 이른다."라고 하였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주석(이하 ‘국사주’)-동쪽은 바다와 닿아 있고, 서쪽은 유사에 이른다.(東漸于海西被于流沙)]

『서경(書經)』「우공편(禹貢篇)」에 있는 말로서 우(禹)의 교화가 9주(州)에 미쳤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其九服之制, 可得而言也. 然荒域之外, 重譯而至, 非足跡車軌所及, 未有知其國俗殊方者也.

(그러므로) 9복의 제도에 있음을 말할 수 있지만, 황역(荒域)의 바깥은 여러 번 통역을 거치게 되어 발자취나 수레가 이르지 않아서, 수방(殊方-중국) 사람 중 그 나라의 풍속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국사주-9복의 제도(九服之制)] 9복(九服)의 제도(制度)는 중국 고대제도의 하나로서, 왕기(王畿)의 외부(外部)를 나누어 9개의 지역을 설정한 것이다. 복(服)은 복속(服屬)의 의미가 있으며, 하(夏)·은(殷)시대에는 왕기 이외의 복속지역을 전복(甸服)·후복(侯服)·채후(綵侯)·요복(要服)·황복(荒服)의 5복(五服)으로 나누어 복(服)마다 500리를 격(隔)하게 하였는데, 주공(周公)은 이를 후(侯)·전(甸)·남(男)·채(采)·위(衛)·만(蠻)·이(夷)·진(鎭)·번(藩)의 9복(九服)으로 고쳤다. 『주례(周禮)』하관(夏官)·직방씨(職方氏)에 의하면 왕도(王都)의 1000리 4방을 왕기(王畿)로 하고 그 주위를 500리씩 구획하여 후복(侯服)·전복(甸服)·남복(男服)·채복(采服)·위복(衛服)·만복(蠻服)·이복(夷服)·진복(鎭服)·번복(藩服)이라 하였다. 이 九服之制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에 있어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그 위광(威光)도 줄어든다는 유가관념적 정치지리구획이며, 실제로 존재한 제도는 아니었다.

[역자 주-9복의 제도에 있음을 말할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동이(東夷)지역이 오래전부터 복속해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삼국지의 저자는 동이(東夷)라는 대상이 진나라의 통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동이와 그 이후의 동이가 서로 다른 대상이라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즉 이 서문에서 가리키는 동이는 고대 한반도와 만주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 보다는, 현재의 산동성과 하북성 일대에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을 주로 가리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입니다. 위의 국사편찬위원회의 주석 중, '왕기(王畿)'란 제왕이 머무르고 있던 지역을 말합니다.

自虞曁周, 西戎有白環之獻, 東夷有肅愼之貢, 皆曠世而至, 其遐遠也如此. 우(虞)나라 때와 주(周)나라 때 부터 서융(西戎)이 백환(白環)을 바쳤고, 동이(東夷)는 숙신(肅愼)의 조공이 있었는데, 모두 여러 해가 지나야 도착하였으니 그 거리가 먼 정도가 이와 같았다.

[국사주-서융이 백환을 바쳤고(西戎有白環之獻)]

융(戎)은 중국인이 이민족을 멸시하여 부르던 말로, 이민족에게 융(戎)이라고 한것은 서주(西周)의 강왕(康王)대부터 나타나는데, 대체로 산서(山西)·섬서(陜西)의 산간에 거주하는 험윤(玁狁)과 서주를 멸망시킨 대융(大戎)이 강력(强力)하였다. 뒤에 이 산간지대가 중국문화에 동화되자 융(戎)은 감숙(甘肅)동부(東部)의 산간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을 가리켰다. ‘白環之獻’은 주(周) 목왕(穆王)이 곤륜산(崑崙山)의 여신(女神)인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백옥 반지를 받았다는 전설을 가리키며 한(漢)대의 활발한 서역진출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행사한 서왕모 신앙을 반영한 것이다.

[국사주-동이는 숙신의 조공이 있었는데(東夷有肅愼之貢)] 숙신(肅愼)은 중국 고문헌에 보이는 새외민족(塞外民族)명이다. B.C. 6~5세기 이래 중국의 동북경외에 거주하는 민족명으로『국어(國語)』·『사기(史記)』·『산해경(山海經)』등에 기록되어 있지만 그 실체는 분명치 않다. 고시(楛矢)와 석노(石砮)가 그 특산물로 유명하며 중국에 공물로 바치곤 하였다. 『국어』「노어(魯語)」를 보면 옛날 주(周)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복하고 9이(九夷)에 길이 통하자 100만(百蠻)으로 하여금 각각 그 예물(禮物)을 공납(貢納)케 하였는데, 이 때에 숙신(肅愼)이 고시(楛矢)·석노(石砮)를 공납하여 왔다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사기(史記)』「공자세가(孔子世家)」에도 나타나고 있어 숙신(肅愼)이 일찍부터 중국과 교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시대의 숙신을 만주 동북부에 거주한 후대의 읍루(挹婁)·숙신(肅愼) 등과는 구별하여 조선(朝鮮)의 별칭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역자주-숙신] 숙신의 위치에 대해서 대게 춘추시대 이전까지는 현재의 하북성 북부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가 전국이 성장하면서 북만주~동만주 일대로 이동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더하자면, 예맥족을 예족과 맥족으로 구분하는 시각들 중에는 맥족의 원류 역시 요하 이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가 후에 만주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及漢氏遣張騫使西域, 窮河源, 經歷諸國, 遂置都護以總領之, 然後西域之事具存, 故史官得詳載焉.

한(漢)나라가 장건을 서역으로 보내, 황하의 원류를 찾아내고 여러 나라를 두루 경략하여 도호(都護)를 설치하고 그 나라들을 통치하게 되면서, 서역의 사정을 알 수 있게 되어, 사관이 그 것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魏興, 西域雖不能盡至, 其大國龜玆·于寘·康居·烏孫·疎勒·月氏·鄯善·車師之屬, 無歲不奉朝貢, 略如漢氏故事.

위나라가 일어설 때, 서역의 모든 나라가 다 오진 않았으나, 그지역의 큰 나라인 구자(龜玆)·우치(于寘)·강거(康居)·오손(烏孫)·소륵(疎勒)·월씨(月氏)·선선(鄯善)·차사(車師) 등이 복속하여 조공을 바치지 않는 해가 없어, 대략 한나라 때와 같았다.

[국사주-구자(龜玆)]

중앙아시아의 타림하(Tārim河) 분지에서 번영했던 나라로, 중국의 기록에는 구자 이외에 굴지(屈支)·굴자(屈茨)·구자(邱玆) 등으로도 실려 있으며, 원(元) 대에는 곡선(曲先)·약우(若又) 등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모두 쿠치(Kuči)의 음역이다. 이 나라의 북쪽에 있는 천산(天山)의 산중에는 각종 중요 광물이 풍부하여 광물의 채굴에 따른 광업의 융성은 구자국(龜玆國) 발전의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또한 서역북도(西域北道)에 있는 요충지로서의 위치는 이 나라를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시켰다. 이 나라에는 658년 이래 안서도호부(安西都護府)가 설치되어 당(唐)의 중앙아시아에서의 패권의 표시가 되어졌다. 이곳은 민족 분류상 아리안 종족에 속하며 인도·유럽어 계통의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는데, 불교가 발달하였고 예술도 뛰어났다.

[국사주-우치(于寘)]

중앙아시아의 타림하(Tārim河) 분지의 남변에 있는 나라로서 한(漢)·당(唐)의 사서(史書)에는 우전국(于闐國)으로 되어 있는데, 서역남도(西域南道)의 대표국이었다. 그 외에도 오전(烏纏)·우둔(于遁)·우전(于殿)·굴단(屈丹)·환나(喚那)·학단(壑旦) 등의 이자(異字) 이칭(異稱)이 있으며, 원(元) 대에는 황도(崲峹)·알단(斡端)·오단(五端)·홀탄(忽炭) 등으로도 쓰여졌다. 우치(于寘)는 곤륜산(崑崙山)에서 북류(北流)하는 우룽카쉬천(Yurung Kash川)과 카라카쉬천(Kara Kash川)에 걸친 대오아시스국으로, 많은 부락이 산재하여 과수재배 및 농경으로 생활하였다. 하상(河床)에서 채취되는 연옥이 특산품으로 중국·이란·이라크 등지에 수출되어 우치국(于寘國)을 부유케 하였으며, 동서교섭과 더불어 이 나라를 서역(西域)의 유수한 문화국으로 만들었다. B.C. 2세기에 중국에 처음으로 알려질 즈음 이미 우치국(于寘國)은 번영기에 있으면서 동서무역의 중계시장으로서 각 방면의 문화를 받아들여 다채로운 문화가 꽃피고 있었다. 조로아스터교가 유행하여 많은 불사(佛寺)가 건립되었다. 7세기에는 당(唐)조의 지배를 받아 이 나라에 사비도호부(沙毗都護俯)가 설치되어 안서4진(安西四鎭)의 하나가 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주석-강거(康居)] 중국 한(漢)·위(魏) 시대의 사서(史書)에 나타나고 있는 서아시아에 위치한 나라이다. 시르다야하(Syrdarya河) 하류와 키르기즈(Kirghiz) 광야지역에 거주하는 유목민의 나라인데, 장건(張騫)이 그 소식을 전한 이래 서진(西晋)시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사(正史)「서역전(西域傳)」에 그 이름이 기록되고 있다. 그 경역(境域)이 동은 오손(烏孫), 남동은 대완(大宛), 남은 대월씨(大月氏), 서는 엄채(奄蔡)에 접해 있기 때문에 각 지방을 연결하는 상로의 교회점(交會點)이 되었다. 이 나라의 이름은 서진(西晋)시대를 마지막으로 사상(史上)에서 사라졌지만 남북조시대에 이르러 사서(史書)에 강국(康國)을 강거(康居)의 후예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간의 억측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사주-오손(烏孫)]

중국 한(漢) 대로부터 남북조시대 초기까지 사서(史書)에 나오는 서역(西域)의 한 부족이다. 그들이 중국과 정식으로 교섭을 갖게 된 것은 장건(張騫)이 한무제(漢武帝)의 명으로 파견된 때부터이다. 한(漢)은 강도왕(江都王) 유건(劉建)의 딸을 공주(公主)로 삼아 오손왕(烏孫王)에게 강가(降嫁)시켜 오손(烏孫)과 연휴(連携)를 맺어 흉노의 세력권이었던 서역제국(西域諸國)을 복속시킬 수 있었다. 5세기 후반에 선비(鮮卑)에게 침략을 받아 서방의 파미르로 이주함으로써 역사(史上)의 무대에서 그 명칭이 사라졌다. 그러나 오손(烏孫)이 한(漢)와 흉노와의 항쟁사이에서 연출해 낸 역사적 역할과 동서의 교섭사상 빚어낸 역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사주-소륵(疎勒)]

B.C. 2세기에 처음으로 한나라와 교섭을 갖게 되면서 이후 1000년간에 걸쳐 사서(史書)에 나타나고 있다. 이 나라의 위치는 지금의 카쉬가르(Kashgar) 지방에 해당한다. 소륵(疎勒)의 원음(原音)은 쉬리크(Shulik), 쉬리그(Shulig)로 추정된다. 이 나라는 타림(Tārim)분지의 북서에 위치하고, 천산(天山)산맥을 횡단하여 북록(北麓)으로 통하는 위치에 있어 중요한 시장으로서 번성하였다. 이에 당(唐) 조에서는 7세기 이곳에 소륵진(疎勒鎭)을 설치하여 안서4진(安西四鎭)의 하나로 삼았다.

[국사주-월씨(月氏)]

진(秦)·한(漢)시대 중앙아시아에서 활약한 민족으로 중국 사서(史書)에 우씨(禺氏), 화씨(和氏) 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월씨(月氏)는 춘추시대 말부터 전국시대 말까지 몽골고원의 서반(西半)을 지배하여 동방의 동호(東胡)민족과 내몽고 방면에서 접경하고 있던 대세력이었지만, 진(秦)말 흉노의 침입에 의해 격파당하고 그 일부만이 남하하여 감숙·청해성의 중간 산지대로부터 황하 상류지역에 잔존하였다. 이 민족은『한서(漢書)』에 유목민족이라 기록되어 있지만 농경·유목·수렵을 병행한 삼림민족(森林民族)으로 보는 설도 있다. 당(당(唐)) 대에는 월씨도독부(月氏都督府)가 설치되었다.

[국사주-선선(鄯善)]

중국 사서(史書)에 보이는 서역(西域)의 한 나라로 국명의 원의(原義)는 분명치 않다. 이 나라는 중국과 근접하여 B.C. 2세기 말에 한(漢)이 서방과 직접 교섭을 열자 남도제국(南道諸國)에 대한 한(漢)의 병참기지로서의 역할 및 동서무역에 의해서 국세(國勢)가 융성하여졌다. 선선(鄯善) 지역은 서역(西域) 남도(南道)와 청해 방면을 잇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청해에 나라를 세운 토욕혼(吐谷渾)이 동서무역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5세기에는 서방의 차말(且末)과 함께 그 서방 기지로 되어 독립을 상실하고 635년까지 토욕혼의 지배를 받았다.

[국사주-차사(車師)]

중국 사서(史書)에 나타나는 서역(西域)의 한 나라로 한(漢) 대부터 북위(北魏)시대에 이르기까지 천산(天山)산맥 동부에 존재하였다. 그 나라의 위치는 흉노가 서역(西域)로 남하하는 문호(門戶)에 해당하여 한(漢)의 서역(西域)경영의 진전으로 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한선제(漢宣帝) 때에는 서역도호부(西域都護府)가 설치되어 서역(西域)경영이 진전되었으며,『한서(漢書)』「서역전(西域傳)」에 의하면 한선제(漢宣帝) 대에 차사(車師)를 분할하여 차사(車師) 전왕(前王)·후왕(後王)의 2국 및 산북(山北)의 6국으로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왕망(王莽)시대에 차사는 흉노에게 멸망당해 한(漢)의 서역(西域)경영은 어려워졌으며, 후한(後漢)시대에 들어와 한(漢)과 흉노가 이 지역을 둘러싸고 각축하여 일시적이지만 반초(班超)의 아들 반용(班勇)이 차사(車師) 전부(前部, 前王)의 유중(柳中)에 진출한 적도 있었다. 차사(車師)후부(後部)는 서진한 연연(蠕蠕)에게 멸망되었으며, 차사(車師)전부(前部)는 450년 저거(沮渠) 안주(安周)에게 멸망당하여 그 지역에는 저거(沮渠)씨의 고창국(高昌國)이 성립하였다.

而公孫淵仍父祖三世有遼東, 天子爲其絶域, 委以海外之事, 遂隔斷東夷, 不得通於諸夏.

공손연(公孫淵)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3대가 요동(遼東)을 소유하자, 천자(天子)는 그 지역을 먼 지방으로 여겨 해외의 일로서 (공손연 등에게) 위임하게 하였는데, 그러자 동이(東夷)와 단절되어 제하(諸夏, 중국)와 통하지 않게 되었다.

[국사주-공손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3대(公孫淵仍父祖三世)]

이는 공손탁(公孫度)·공손강(公孫康)·공손연(公孫淵)의 3대를 말한다. 공손탁는 후한(後漢) 말의 무장으로 자는 승제(升濟)인데, 요동태수(遼東太守)가 되어 동으로는 고구려, 서로는 오환(烏丸)을 정벌하여 국외에 그 위세를 드날렸다. 190년 중국내부의 분란을 틈타 요동(遼東)을 요서(遼西)와 중요(中遼) 두 군(郡)으로 분할하고 스스로 요동후(遼東侯) 평주목(平州牧)이라 칭하였다. 204년 그가 죽자 아들 공손강이 뒤를 이었다. 공손강은 위(魏)의 조조(曹操)가 3군(三郡)·오환을 정복할 때에 공을 세워 양평후(襄平侯)에 봉해지고 좌장군(左將軍)에 임명되었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어려 아우 공손공(公孫恭)이 뒤를 이어 위문제(魏文帝, 조비)로부터 거기장군(車騎將軍) 평곽후(平郭侯)로 봉해졌다. 그는 병약하여 나라를 잘 통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228년 공손연에게 자리를 찬탈당하였다. 공손연은 위(魏) 명제(明帝, 조예)로부터 양렬장군(揚烈將軍) 요동태수(遼東太守)에 임명되었다.

景初中, 大興師旅, 誅淵, 又潛軍浮海, 收樂浪·帶方之郡, 而後海表謐然, 東夷屈服.

경초(景初) 연간에, 크게 군대를 일으켜 연(淵, 공손연)을 죽이고, 또 몰래 군대를 바다로 보내어 낙랑·대방군을 거두었다. 그 뒤로 바다 바깥쪽이 조용해져서 동이(東夷)가 굴복하였다.

[국사주-경초 연간에, 크게 군대를 일으켜 연을 죽이고(景初中 大興師旅誅淵)]

공손연(公孫淵)은 위(魏) 명제(明帝)로부터 양렬장군(揚烈將軍) 요동태수(遼東太守)에 임명되었지만 당시의 중국이 삼국정립의 각축기였기 때문에 남방의 오(吳)에게 사절을 파견하고 오(吳)도 그를 연왕(燕王)에 임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오(吳)가 멀리 떨어져 있어 긴급할 경우 원조를 바랄 수 없고 더욱이 오(吳)나라 사절인 장미(張彌)·허안(許晏) 등의 태도에 불만을 느껴 오(吳)의 사자를 참수, 그것을 위(魏)에 보냈다. 위(魏)는 삼국정립의 시기에 공손연으로부터 배후에서 습격당할 것을 염려하여 그를 대사마(大司馬)로 삼고 낙랑공(樂浪公)에 봉하여 종래와 같이 요동군(遼東郡)을 다스리도록 하면서 회유하였다. 그 후 그가 오(吳)와 단교하지 않을 뿐더러 위(魏)의 사자에 대한 태도가 공손치 않자 237년 위(魏)는 유주자사(幽州刺史) 관구검(毌丘儉)을 파견하여 공손연을 소환하였다. 그는 이를 거부하고 관구검의 군대를 요수(遼隧, 요녕성 영구현 서쪽)에서 격파시켰다. 또한 스스로 연왕(燕王)이라 칭하고 연호(年號)를 소한(紹漢)이라 하였다. 그러나 선비(鮮卑)가 북방에서 침입하고 238년에는 위(魏)가 태위(太尉) 사마의(司馬懿)를 파견하여 그를 정벌하니, 그는 양평성(襄平城)에서 격파당하였다. 그리하여 공손도 이래 3대 50년간 요동에서 서북조선에 세력을 떨치던 공손씨는 무너지고 위(魏)의 강력한 동방정책이 시행되게 되었다.

[역자 주-경초(景初) 연간]

위(魏)나라 명제(明帝, 조예) 12년부터 말년(14년)의 연호로, 서기 237년~239년의 기간을 말합니다.

其後高句麗背叛, 又遣偏師致討, 窮追極遠, 踰烏丸·骨都, 過沃沮, 踐肅愼之庭, 東臨大海.

그 뒤로 고구려(高句麗)가 배반하자, 다시 군대를 보내 토벌하여 지극히 먼 지역까지 추격하니, 오환(烏丸)과 골도(骨都)를 넘고 옥저(沃沮)를 거쳐, 숙신(肅愼)을 짓밟고, 동쪽으로 큰 바다에 이르렀다.

[국사주-오환(烏丸)]

고대 몽골에서 번영했던 유목민족으로 오환(烏桓)이라고도 한다. B.C. 206년 경 흉노(匈奴)의 모돈(冒頓) 선우(單于)에 의해 멸망된 동호(東胡)의 잔여세력 중 남방 노합하(老哈河)변에 거주한 민족이 오환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한(前漢)시대에는 통일세력이 없이 수천 개의 부락으로 흩어져 흉노에 복속되어 매년 우마(牛馬)와 가죽을 공납하였다. 후한(後漢)시대에 한(漢)에 초유(招誘)된 많은 오환부족은 재물을 공급받아 중국을 위하여 흉노·선비(鮮卑)를 방어하였다. 그러나 120년 경부터는 선비 및 남흉노와 연합하여 후한(後漢)의 북변을 자주 침략하였다. 207년 하북을 평정한 조조(曹操)가 마침내 오환을 평정하니 그 대부분은 선비의 제부(諸部)에 예속되었으며, 북위(北魏)의 화북(華北) 통일 이후에는 점차 한(漢)민족에 융합되어져 다시는 동양사에서 그들의 집단적인 활동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국사주-골도(骨都)]

골도(骨都)는 고구려의 수도인 환도(丸都)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환도는 고구려 제10대 산상왕·제11대 고국원왕 때의 수도로 그 위치는 현재 길림성 집안현 북방에 있는 산성자산성(山城子山城)이라는 설(백조고길(白鳥庫吉),「환도성급국내성고(丸都城及國內城考)」), 압록강과 동가강(佟佳江) 합류점 부근에 있는 유수림자(楡樹林子)라는 설이 있는데(관야정(關野貞),「환도성고(丸都城考)」), 이중 산성자산성설이 유력하다. 고구려의 수도는 4세기 중반에 환도성에서 국내성(國內城)으로, 427年에는 평양(平壤)으로 옮겨지게 된다.

長老說有異面之人, 近日之所出, 遂周觀諸國, 采其法俗, 小大區別, 各有名號, 可得詳紀.

(그 지역의) 장로(長老)가 얼굴이 다른 사람이 해와 가까운 곳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를 관찰하여 그 나라의 법속, 크고 작음의 구분, 각 명칭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雖夷狄之邦, 而俎豆之象存. 中國失禮, 求之四夷, 猶信.

비록 오랑캐의 나라이지만, 조두(俎豆)를 하는 법이 있다. (이를 보아) "중국이 예(禮)를 잃으면, 4이(四夷)에게 구한다."라는 말이 믿을 만하다.

[국사주-조두(俎豆)]

조(俎)는 도마이고 두(豆)는 음식을 담는 굽이 달린 그릇을 말한다. 중국 고대에서의 관혼상제의 예는 이 조두(俎豆)로서 행해졌다. 두(豆)는 도제(陶製)·청동제(靑銅製)로 현재에 그 유물이 남아 있어 형태를 볼 수 있지만 조(俎)의 형태는 알 수 없다. 이것은 은허(殷墟)의 갑골문(甲骨文)에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전국시대 특히 제(齊)의 수도인 산동(山東) 임치(臨淄)와 연(燕)의 수도인 하북역현(河北易縣)에서 그 유물이 많이 발굴되고 있다. 또한 한(漢) 대의 유적에서도 그 형태는 변했지만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하나의 표식으로 여겨진다.

[국사주-중국이 예를 잃으면 4이에게 구한다(中國失禮求之四夷)]

한(漢)민족이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제외족(諸外族)을 총칭하여 4이(四夷)라 하였는데, 이(夷)는 화(華)와 대립하여 중화(中華)에 대해서 이적(夷狄), 즉, 이민족을 기리키고, 4(四)는 사방의 의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화(華)와 이(夷)의 구별은 민족적인 구별이 아닌 개화와 미개화의 구별이었으니, 『논어(論語)』「자한편(子罕篇)」의 ‘孔子欲居九夷(공자가 9이의 땅에 살고자 함)’나 『맹자(孟子)』에서 순(舜)을 동이지인(東夷之人, 동이의 사람), 문왕(文王)을 4이지인(四夷之人, 4이의 사람)이라 설명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그렇지만 한(漢)민족 사이에 중화의식이 강해지면서 이(夷)는 미개화인의 의미에서 이민족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화되었다. 『사기(史記)』에서 운남(雲南)·귀주(貴州)고원의 이민족부락을 서남이(西南夷)라 총칭한 것이 그 예이다. 한편 한(漢)민족은 이민족을 방위에 의해 구별하여 『예기(禮記)』「왕제편(王制篇)」에는 ‘東方曰夷 南方曰蠻 西方曰戎 北方曰狄(동방을 이라하고, 남방을 만이라 하고, 서방을 융이라 하고, 북방을 적이라고 한다)’이라 하였는데, 한(漢) 이후 이 용법이 보급되어 『삼국지(三國志)』·『후한서(後漢書)』는 만주·조선 방면에 대해서 「동이전(東夷傳)」이라는 편목을 세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광의(廣義)의 이(夷)자는 동이(東夷)·남만(南蠻)·서융(西戎)·북적(北狄)을 총괄하여 4이(四夷)라는 말이 나타나게 되었다. 『진서(晋書)』「사이열전(四夷列傳)」은 비교적 고(古)용법이라 할 수 있으며, 당(唐)의 가탐(賈耽)이 찬술하였다고 하는 『화이도(華夷圖)』는 세계를 화(華)와 이(夷)로 구분하는 중화사상의 한 전형이다. ‘중국이 예를 잃으면 사이에게 구한다’고 한 기록에 대해서 『좌전(左傳)』소공(昭公) 17년에는 ‘仲尼學鳥名〔官〕於郯子 旣而告人曰 吾聞之 天子失官 學在四夷 其信也(중니-공자-가 담자에게 새의 이름을 관직명을 칭하는 것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말하길 "내가 듣기로 천자가 관직을 칭하는 예를 잃으면 4이에게서 배운다."라고 하였다.)’라 되어 있으며, 『후한서(後漢書)』「동이열전東夷列傳)」에는 이(夷)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다. 故撰次其國, 列其同異, 以接前史之所未備焉. 그러므로 그 나라들을 순서대로, 그 같고 다른 점을 열거하여 전사(前史)가 미비한 것을 보완한다.

[역자 주-전사(前史)]

사기(史記)나 한서(漢書) 등, 삼국지가 저술되기 전의 역사서를 가리킨 것으로, "전사가 미비한 것을 보완한다."라는 의미는 공손씨 세력을 축출하고 고구려를 침공함으로서 획득한 정보를 토대로 사기나 한서 등에 수록된 동이전이 수록하지 못한 사실을 첨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청풍명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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